화면 상단으로 이동합니다.
HOME > 오늘의 북한소식 > 여성/어린이/교육

북한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주민들의 생활모습, 생각, 인권의 상황, 국경소식 등을 생생하게 담아 북한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과 자료로써, 균형 잡히고 합리적인 통일정책을 세우는데 유용한 자료로 쓰이길 바랍니다.


[388호] ‘머슴살이’여성들만 당하는 남모를 고통
  388호 2011.02.05 3178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하층민들은 ‘머슴살이’로 살아간다. 주로 장사꾼들이나 돈주들, 당간부들, 법기관 일군 등 잘 사는 집에서 삯벌이를 하는 일이다. 남의 집 구들이나 부엌 수리, 신발 수선, 옷 바느질, 식모살이 등 몸으로 하는 일들이다. 아주머니나 나이든 할머니들은 친척인 것처럼 위장해 잘 사는 집들에 들어가 밥을 짓거나 빨래를 하는 등 살림을 하고, 장사하러 떠난 부모 대신 어린 자녀들을 돌본다. 30세 리명선(가명)씨는 남편을 여의고 혼자가 된 뒤 오갈 데가 없어 큰 장사꾼 집에 들어가 식모살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머슴살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나오자 실제로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머슴살이가 얼마나 고달픈지 곧 자기 신세한탄을 했다.

“차 칸에서 우연히 이 집 아저씨를 알게 됐어요. 남편 죽고 나니 제가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장사도 못하고 벌어먹을 데도 없고, 주변에 손 벌릴 사람도 없다고 얘기하니, 그럼 자기 집에서 일하라는 거예요. 처음에는 밥 짓고 빨래 해주고 집도 거둬 주면서 쌀 조금, 돈 조금 받아서 살았어요. 본가집(친정집)에 어머니가 혼자 살고 계셔서 받은 쌀이랑 돈을 가져다 드리고,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아무리 막말하고 함부로 대해도 그 재미에 힘든 것도 참고 일했어요. 그런데 이집은 아저씨가 멀리 장사 갔다 오면, 그 다음에는 아주머니가 나가는 식으로 번갈아 집을 비워요. 소학교 4학년 다니는 남자애를 내 자식처럼 거둬주었는데, 진짜 머슴처럼 사람을 천시하고 구박이 심했어요. 하루는 아주머니가 함흥으로 장사를 떠났어요. 밤중에 제가 세면장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저더러 방으로 잠깐 들어오라는 거예요. 낮에 방을 치웠는데 뭘 잘 못 찾겠다고 찾아달라는 거였어요. 방에 들어가니 아저씨가 저를 크게 생각해주는 것처럼 ‘젊은 나이에 너무 고생이 많다. 왜 다시 시집을 안 가느냐’고 손을 잡더니, 이불 속으로 저를 끌어당기는 것이었어요. 아이도 없고, 남편도 없는 여자라 업신여기는 가 싶어 당장 뿌리치고 뛰쳐나왔어요. 다음날 아침에 밥을 해주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계속 자기 말을 잘 들으면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나를 노리개처럼 여기는 것이었어요. 얼마 후에 아주머니가 돌아왔는데 아주머니도 자기 남편 눈치가 이상해서인지 나를 멀리 대하는 것이었어요. 이러다 이집에서 쫓겨나는 게 아닌 가 전전긍긍하게 되고, 아주머니가 아무리 욕하고 화를 퍼부어도 참을 수밖에 없어요. 죄지은 것도 없고, 내가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닌데 죄인이 된 것 같아요. 누구한테 속 시원하게 말도 못하고 혼자 얼마나 끙끙댔는지 몰라요. 남의 집에서 오갈 데 없이 밥 빌어먹고 살자니 이런 종년 취급당하는 게 억울하기만 해요.”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는 여성들 중에는 리씨처럼 봉변을 당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여성들은 처음에는 당황해하지만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집주인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는 경우들도 있다. 도덕성이 밥 먹여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 달라진 세태이기도 하다. 전 같으면 손가락질하고 당국에 신소했겠지만, 지금은 다들 모른 체 하는 분위기다.
목록
[388호] 청진 꽃제비, 온기 찾아 제철소 재무지로
[391호] 도강자 자식이라 손가락질하더니 돈 생기자 대접 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