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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호] 5.26 당 지시는 체질 개선을 위한 경제 실험
좋은벗들 2010.07.05 2905



7월 1일 현재, 함경북도 청진의 쌀값은 1kg당 570원, 옥수수는 350원이다. 환율은 인민폐 142원/위안, 달러는 1,010원/달러이다. 4월과 5월까지만 해도, 쌀 1kg에 400원대, 인민폐 110원, 달러 800-900원이었던 것을 비교해보면 상승세이긴 하지만, 예년의 춘궁기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편이다. 이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현재의 환율과 시장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5․26 당 지시의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가 당분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5.26 당지시가 나왔을 때는 식량가격과 환율이 폭등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까지는 예상보다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5.26 당지시는 시장에 대한 모든 제한을 풀고, 기관기업소에 최소 15만원에서 60만원의 돈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생산성이 없는 공장의 경우는 폐쇄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화폐교환 전에 해체했던 무역회사와 군부계통 무역회사들도 투자를 받기만 하면 다시 무역거래를 허용하는 등 각종 무역규제도 철폐하도록 했다. 심지어 6월 7일 최고인민회의 후 중앙은행은 전국 시 군 은행에 시 단위는 1억 원 상당, 군 단위는 5천만 원 상당을 공급하기도 했다.

당국의 이번 지시는 우선, 6-8월의 심각한 식량 및 경제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인 동시에 긴급처방의 성격이 강하다. 화폐교환 조치 후 시장 폐쇄와 거래 중지, 외환사용 중지는 북한 경제를 일순간에 마비시켰다. 북한 사회도 이미 시장 없이는 더 이상 사회운용이 어렵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시장을 폐쇄하니 국영기업소를 비롯한 기관기업소, 평양의 국영상점까지도 멈추었고, 돈과 물건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로 인해 1월 중순부터 전 지역에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에 북한 당국은 긴급히 정책 실패를 시인한 뒤 시장규제조치를 풀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 민심을 수습하려고 애썼다. “(식량문제는) 3개월만 참아 달라”며 유예기간을 두기도 했으나, 3개월이 지난 뒤에도 시장을 비롯한 국내경제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이번 5.26 당지시는 식량문제 해결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단위, 기관기업소 단위, 개인단위의 해결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독립채산제 실시를 보다 분명케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를 굶주리지 않게 하고 임금과 자재 원천을 기관기업소에 알아서 구입하라며 자금을 대주고,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가동이 중단된 회사를 폐쇄할 것을 지시했다. 또 시, 군단위의 은행에 돈을 풀어 지역에서 주민들의 먹는 문제와 생활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일련의 이러한 조치들은 일부 핵심계층을 제외하고는 명분으로만 남아있는 사회주의 공급체계망을 포기함으로써 국가가 자재원천을 기관기업소에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어낸 것이다. 어쩌면 강화된 독립채산제의 모습이기도 하다. 국정가격으로 배급하고 보장해주던 시스템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등의 방식까지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처방이긴 하나 사회주의 공급체계와 시장체제와 부조화를 인정하고 시장화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중국을 포함한 대외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내부경제 체제를 개선해야한다. 북한 당국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8개 도시에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내부 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을 대외에 보여줄 필요도 있다.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지만, 이참에 일종의 체질개선 실험이 성공한다면, 구태여 과거 통제중심의 사회주의 정책으로 회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북한당국으로선 이번 실험을 좀 더 관찰해 본 후 제도개선의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2002년 7.1 경제관리조치와 달리 5.26 지시는 비공개적으로 각 단위에 포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지시는 지역과 기관기업소에 돈이 풀리고 해당 기관의 책임자들에게 책임성이 주어진 만큼 이들의 능력과 자율성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 단기적 대응이고 긴급처방이기에 한편으로는 간부들이 아무런 노력 없이 내려온 돈을 유야무야 써버리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8월까지의 시간을 제대로만 운용해본다면 이번 지시는 앞으로 개혁적인 제도변화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간부들이 그렇게 능동적이고, 책임성 있게 일할 지는 의문이다. 간부들의 책임성을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그들의 신변을 안전하게 보장해주어 당국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해야 한다. 지난 시기, 북한 당국은 돈주들의 성장을 일정하게 방조하면서도 일거에 옥죄는 방식으로 이들을 통제 관리해왔다. 2007년부터 무역단위 일군이나 돈주들을 공개처형 하는 등 이들을 얼마나 가혹하게 다뤄왔는지 일선의 책임일군들과 간부들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도 괜히 잘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잠재된 공포를 무시할 수 없다.  또 개인과 가족,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번 5.26 지시를 통한 일종의 체질개선 실험이 성공하려면, 시장의 자율성을 통해 각 경제 주체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리더쉽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담당해줄 사람은 현재로선 경제일군들과 간부들밖에 없다. 책임일군들과 간부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으면, 앞으로의 경제회복은 물론이고 당장 8월까지의 고비도 쉽게 넘기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지난 6월 7일 최고인민회의의에서 내각 총리를 교체하고, 8명의 부총리를 임명하는 등 인적쇄신을 시도한 것은, 경제개건을 책임진 내각의 역할과 권한을 높이고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영림 내각 체제가 앞으로 5․26 지시 이후 달라질 경제 구도 속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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